들어는 봤나? 프리라인 스케이트. 아마 못들어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기술을 연마하던 고등학생 때, 학원을 다녔었다. 


학원에 가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잖음? 그리고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이 있잖음?


보통 가장 즐거운 때는 아는 사람 + 쉬는 시간인데, 그 때는 모르는 사람 + 쉬는 시간이었음. 뭘 해야 할 지 감이 안잡히는 때. 


그렇다고 복습은 또 하기 싫었음. 말 걸 거리를 찾아보다 그 친구 옆을 봤음. 희한하게 생긴 물건인데 생전 처음 보는 것. 


뭔지 물었음. 아래부터 각색된 대화.





ㅇㅇ??


저거 뭐야? 바퀴달린 거.


아 저거? 혹시 프리라인 스케이트라고 들어봤어?


아니. 그게 뭔데?


발 밑에 저거 깔고 움직이면 되게 재밌다. 





저 때부터 시작이었음. 그 당시 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실리콘과 베어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바퀴달린 것은 모두 미천한 것이고, 그 바퀴달린 것을 타는 인간들은 모두 상종하지 말아야 할 종자들이라고 생각했었음. 물론 저 대화를 하고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는 나의 공간으로, 그 친구는 그 친구의 공간으로 각자 가라앉았음. 하지만 프리라인 스케이트라는 이름은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십수년 뒤. 2018년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던 즈음. 


나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된다.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던 때, 인라인 스케이트가 떠올랐다. 아무 걱정 없이 인라인 스케이트만 있으면 지칠 때까지 나만의 공간을 구축할 수 있었던 그때. 그래서 난 인라인을 사기로 생각했다. 검색 후 10분만에 포기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약 30에서 40정도 하는 금액을 지출할 수가 없었다. 낙담하고 있던 때 위의 프리라인 스케이트가 떠올랐다. 바로 검색하니 5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바로 질렀다. 


처음에는 아예 나갈수도 없었다. 아무리 해도 안되었다. 영상을 몇십번 돌려봐도 내 움직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다. 인라인 탈 때도 그랬기 때문에 당황은 잠시였고 계속 시도했다. 한 3일차 되니까 슬슬 앞으로 갈 수 있었고, 이틀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했다. 


그로부터 불과 3일 후, 나는 도로 내리막길에서 프리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발목이 부러졌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골절은 처음이었다. 진짜 졸라 아파서 넘어진 상태로 신음만 냈었다. 근데 그때 앞에서 차가 오길래 빨리 비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팔로 기어갔다. 포복 자세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운전자는 도로를 보면서 사복입고 훈련하는 미친인간을 하나 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근데 그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운전자도 이상하다 싶었는지 내려서 내 상태를 확인했고, 확인하는 즉시 나를 태운 다음 내가 사는 곳까지 데려다줬었다. 이후 난 친구를 호출했고, 친구한테 업혀서 택시에 탄 다음 응급실로 직행했다. 


깁스를 하고 난 두 달간 목발신세를 지게 된다. 


두 달간 진짜 병신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3백만번 정도 들었지만, 병신은 안되었다. 준병신은 된 거 같지만. 난 지금도 3분이상 뛰지를 못한다. 


목발로 걷는 사족보행이 목발 전의 이족보행보다 빠르다고 생각이 들 때쯤, 깁스를 풀고 목발신세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슬슬 다시 프리라인 스케이트 생각이 났다. 여자친구한테 말했더니 미친놈 보듯이 쳐다봤다. 그 시선이 매우 유감이었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를 잘 만났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 다음 스케이트를 구석에다 박아놨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불현듯 스케이트 생각이 나 중고나라에 올려놨다. 바로 이 사진이다. 



저게 그 발목브레이커다. 어떤가. 발목브레이커의 호칭을 얻을 만 한가?


*SYSTEM : 프리라인 스케이트(은)는 '발목 BREAKER'의 호칭을(를) 얻었다!!


이상이 내 프리라인 스케이트에 얽힌 이야기다.


위에 등장하는 친구는 이름도 기억 안난다. 하지만 그 친구한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친구야. 내가 니 덕분에 정신병과 발목을 잠시나마 바꿨어. 고맙다고 해야 하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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